오늘은 아주 여러모로 기쁘고 감사한 하루다.

 

일단 Tistory 아이디를 백만년만에 찾았다. 내가 2008년에 어렵게 초대장을 구해서 한창 블로그 하는데에 재미를 붙일 무렵 유럽에서 하도 카메라를 잃어버렸던 통에 요기 이 예르바부에나 블로그를 잊고 산지, 어연 13년!

 

어릴 때 쓴 글을 보니 너무 반갑고 기분이 좋고, 그때 내 모습이 참 그립다. 얼마 전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벌써 13년 전이라니, 참 세월이 속절없이 흘렀네 그려.

 

그간 나는 참 많이도 변했다. 내 본래 타고난 성격(이걸 본성이라고 하나?)은 여전하지만 대학원과 직장을 다니면서 열심히 일하고 모나지 않은 사회적 인간이 되었고 나름 철도 들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꿈도 참 많았는데, 이제는 꿈만 꿔야하는 것, 현실로 실현할 수 있는 꿈을 나름 구분하게 되었고, 그만두지 않고 버티는 끈기도 익혔다. 대신 몰개성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쉽고, 내 본성과 공존하기 어려운 직업을 선택한 관계로 내 본래 모습이 많이 깎이고 눌려있게 되어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렇게 자주 하던 공상도 어느 순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는데 창의력이 많이 줄은 느낌이다.

 

이제 내 인생과 나를 다시 정비하고 싶고, 이에 여러 일상을 차분히 기록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 이 블로그를 다시 찾게 되었다. 반가운 녀석!

 

***

 

오늘은 요가를 했다.

 

요가는 20대부터 얼기설기 해오고 있고 (학교 수업 듣고 방학 때 몇 차례 요가 학원 다녔던 정도.......ㅎㅎ.....) 작년 초에는 정말 열심히 했었다.

 

요가의 자세들은 대충 알아서 무슨 자세 하세요~하면 뭘 해야하는지는 알지만, 타고난 몸의 뻣뻣함과 땀 흘릴 때 나오는 열감이 싫은 관계로 나는 늘 초급자 코스만 듣는다. 별로 중급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내가 요가를 하는 목적은 딱히 없는데, 수련을 한 후에 뿌듯하고 그 정돈된 마음이 좋다. 그래서 간헐적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다 싶을 때에 요가 클래스를 신청하고 있다. 물론 한 10년 후에는 요가 플로우를 무리 없이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기도 하다. 출장지에서 매트 하나만으로 운동 할 수 있다는게 큰 장점인듯!

 

 

ㅇㅇ에서 온라인 클래스를 신청했고 오늘 첫 수업을 들었다. 분명 초중급이라고 되어있었는데 이건 중급자 코스가 분명했다. 요가를 하는 동안 짜증이 밀려왔다.

 

너무 어렵잖아 / 환불 신청해야하나 / 말을 너무 천천히 하시네 / 말이 너무 많으시네 /만트라가 전혀 도움이 안되네 등등.

 

마지막에 휴식 자세를 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저런 짜증과 할일들이 머리 속에 계속 떠올라서 벅차고 힘들었다. 물요가를 끝내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졌고 짜증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나는 내일 내가 매트에 설까말까 고민할 거라는걸 너무 잘 안다. 그 열감과 짜증이 다시 기억나서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거다.

 

내 몸뚱아리로 34년을 살아오며, 이럴때일 수록 나에게 요가와 명상이 필요하고 정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걸 하기 싫어하는 내 마음도 너무 잘 알지 ㅠㅠ 그래서 내일? 내일 모레 쯤 이 글을 다시 보면 으쌰으쌰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요가 감상문을 길게 작성해본다.

 

내일은 저녁 식사가 있으니 요가는 어렵겠구만. 내일 모레 내가 매트에 섰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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